일흔이 넘었거든, 새벽을 찾아 떠나라
일흔이 넘었거든, 새벽을 찾아 떠나라
근무하면서 시간이 날 때면 저는 헌책도서관 안에 있는 NFT 갤러리를 천천히 둘러보곤 합니다.
처음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마주하다 보니 그림보다 문장이 먼저 말을 걸어오고, 색보다 그 안에 담긴 생각이 오래 남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내가 느낀 이야기를 기록해 보면 어떨까."
저는 미술평론가도, 큐레이터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은 작품의 의미를 해설하거나 정답을 말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와 제가 받아들인 의미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작품 앞에 멈춰 섰던 한 사람으로서, 제 마음에 남은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제 발걸음을 가장 오래 붙잡았던 작품은 바로 「일흔이 넘었거든, 새벽을 찾아 떠나라」였습니다.
작품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작품에는 나이를 따라 이어지는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습니다.
열 살이 넘었거든 해처럼 떠올라라.
스물이 넘었거든 모든 빛을 품어라.
서른이 넘었거든 세상을 비추어라.
마흔이 넘었거든 식물을 열매 맺게 하라.
쉰이 넘었거든 열매를 거두어라.
예순이 넘었거든 익힌 것을 나누어라.
일흔이 넘었거든 새벽을 찾아 떠나라.
몇 줄 되지 않는 문장이지만, 한 줄씩 읽을 때마다 삶의 한 계절을 마주하는 듯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 열 살이 넘었거든, 해처럼 떠올라라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바라보니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해는 다른 해보다 먼저 떠오르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누구와 경쟁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시간이 되면 조용히 떠올라 세상을 밝힙니다.
저는 이 문장을 보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보다 앞서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만의 빛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스물이 넘었거든, 모든 빛을 품어라
처음에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품으라는 뜻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바라보니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빛은 밝은 순간만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웃음과 눈물까지도 결국은 우리의 삶을 비추는 빛이었습니다.
스무 살은 세상을 배우는 나이입니다. 좋은 일만 품는 것이 아니라, 아픈 경험까지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서른이 넘었거든, 세상을 비추어라
이 문장에서 시선은 비로소 나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향합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자신이 가진 작은 빛을 나누는 시기입니다.
세상을 비춘다는 것은 거창한 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 곁에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마흔이 넘었거든, 식물을 열매 맺게 하라
이 문장은 오래 바라볼수록 깊어졌습니다.
'내가 열매를 맺어라'가 아니라 '식물을 열매 맺게 하라'고 말합니다.
자녀나 후배, 제자 또는 곁에 있는 누군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기다리고 응원해 주는 삶입니다.
좋은 어른이란 혼자 높이 올라간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함께 꽃피우고 열매 맺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쉰이 넘었거든, 열매를 거두어라
열매는 돈이나 명예만을 뜻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어 온 인연, 가족과 함께한 시간, 사람 사이에 쌓인 신뢰, 그리고 삶이 가르쳐 준 경험도 모두 소중한 열매입니다.
쉰은 더 많이 가지려 애쓰는 시기라기보다, 지금까지 내 삶에 어떤 열매가 맺혔는지 돌아보며 감사하는 계절처럼 느껴졌습니다.
🤲 예순이 넘었거든, 익힌 것을 나누어라
이 문장은 유난히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평생 배우고 익힌 것을 혼자 간직하지 말고 나누라고 합니다.
경험을 나누고, 지혜를 나누고, 때로는 실패까지도 나누라고 말합니다. 누군가가 같은 길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것 또한 나눔일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은 많이 가진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얼마나 따뜻하게 나누었는가로 기억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일흔이 넘었거든, 새벽을 찾아 떠나라
가장 오래 바라본 문장이었습니다.
왜 노을이 아니라 새벽일까. 왜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할까.
새벽은 긴 어둠을 지나 다시 빛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일흔을 인생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또 다른 첫 장을 펼치는 나이로 바라보는 듯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꿈꾸며, 아직 만나지 못한 새로운 아침을 찾아 떠나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저는 이 문장에서 삶을 멈추지 않을 용기를 얻었습니다.
오늘의 생각
이 작품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강우현 대표께서 담은 뜻과 제가 느낀 의미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은 하나의 정답으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의 삶과 만나며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는 이 작품 앞에서 제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는 지금 인생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누구를 비추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 작품은 제게 답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삶에 오래 남을 질문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탐나라공화국 NFT 갤러리에서 만난 첫 번째 작품은 제게 그림 한 점이 아니라, 제 마음을 조용히 비춰 준 거울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 앞에 멈춰 서게 될까요. 그 작품이 제게 건네는 이야기도 천천히 기록해 보겠습니다.
🌿 오늘의 한 줄
좋은 작품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질문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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