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묻힌 탐나라를 다시 찾다, ‘문화재 발굴’ 프로젝트

 숲에 묻힌 탐나라를 다시 찾다, ‘문화재 발굴’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바른건강지킴이입니다.

오늘 도너리홀 쪽 정자에 갔다가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어? 여기 앞이 원래 이렇게 꽉 막혀 있었나?”

정자 난간 앞으로 나무와 덩굴이 얼마나 무성하게 자랐는지,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조차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탐나라공화국도 올해로 벌써 12년 차입니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으니 그동안 이곳의 나무와 풀도 정말 많이 자랐겠지요.

특히 요즘은 일손이 부족해서 구석구석 다 손보지 못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의 손길보다 자연이 자라는 속도가 훨씬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우현 대표님이 아주 재미있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하나 내놓으셨는데요, 바로 ‘문화재 발굴’입니다.

물론 진짜 문화재를 땅속에서 발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12년 전부터 하나씩 만들어 온 탐나라공화국의 길과 정자, 연못과 여러 공간이 어느새 나무와 풀 속에 숨어버리고 있으니, 그것들을 하나씩 다시 찾아내자는 겁니다.

말 그대로 숲에 묻혀버린 옛 탐나라의 모습을 다시 찾아내는 작업인 셈이지요.

나무와 능소화가 무성하게 자란 탐나라공화국 도너리홀 정자와 노란 탐나라공화국 버스 풍경

🌿 풀만 조금 치우려고 했는데 일이 커졌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 없었습니다.

정자 난간 앞을 너무 가리고 있으니 풀하고 나뭇가지만 조금 걷어내면 되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하나를 자르고 나면 그 뒤에 또 덩굴이 있고, 그것을 잡아당기니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끝도 없이 따라 나오는 겁니다.

“이것만 조금 더 치우자.”

그러다 보니 또 하나를 자르고, 또 하나를 걷어내고….

결국 일이 제대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탐나라공화국 도너리홀 정자 난간 주변을 덩굴과 나뭇가지가 빽빽하게 뒤덮고 있는 모습


그런데 나뭇가지를 정리하면서 제가 정말 놀란 게 있습니다.

바로 덩굴식물의 힘이었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줄기가 가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큰 나무의 가지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이쪽저쪽으로 칭칭 감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촘촘하게 얽혀 있는지 큰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꽉 묶어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가느다란 게 어떻게 저 큰 나무를 이렇게 휘감았지?”


도너리홀 정자 나무 난간 틈에 뿌리와 줄기를 단단하게 붙이고 자란 덩굴식물의 모습

능소화 역시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평소에는 주황색 꽃이 예뻐서 그냥 예쁜 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정리를 하면서 보니 만만한 식물이 아니었습니다.

땅이든 나무든 정자 난간이든 몸을 붙일 곳이 생기면 줄기를 뻗어 단단하게 달라붙고 계속 올라가더군요.

정자 나무 틈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예쁘고 가녀리게만 보였던 능소화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니요.

다음 세상에선 능소화로 태어나 볼까? ☺

🌿 두 시간쯤 지나자 숨어 있던 난간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자르고, 당기고, 걷어내기를 계속했습니다.

잘라낸 덩굴과 나뭇가지는 어느새 발밑에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탐나라공화국 도너리홀 정자 주변에서 제거한 덩굴과 나뭇가지가 데크 옆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모습

처음에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거의 두 시간을 매달렸습니다.

그래도 하나씩 걷어내다 보니 아까는 보이지도 않던 정자 난간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빗자루까지 가져와 데크에 떨어진 나뭇잎과 잔가지들을 쓸어냈지요.


덩굴과 나뭇가지를 걷어낸 뒤 정리된 도너리홀 정자 난간과 데크 위에 빗자루가 놓여 있는 모습

그리고 정리가 끝난 뒤 난간 앞에 서봤습니다.

바로 그 순간! 눈이 얼마나 시원하던지요.

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쪽으로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연못까지 다시 보였습니다.

“그래, 원래 여기서 이게 보였었지.”

앞을 가리고 있던 풀과 덩굴을 걷어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곳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도너리홀 정자 주변의 덩굴을 정리한 뒤 나무 사이로 하늘과 아래쪽 연못이 다시 보이는 탐나라공화국 풍경

오늘 제가 해본 ‘문화재 발굴’은 땅을 파서 오래된 물건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연 속에 조금씩 숨어버린 탐나라공화국의 옛 모습을 다시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덩굴줄기와 능소화도 새롭게 보게 됐습니다.

가늘고 여리게 생겼다고 얕볼 게 아니더군요.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어떻게든 뻗어가고, 붙잡고, 결국 자기 자리를 만들어내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앞으로 탐나라공화국의 ‘문화재 발굴’을 계속하다 보면 또 무엇이 숲 속에서 나타날지 저도 궁금합니다.

오늘은 정자 난간을 다시 찾았고, 그 너머에 숨어 있던 하늘과 연못도 다시 만났습니다.

풀 조금 치우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끝나고 보니 정말 ‘문화재 하나 발굴한 것 같이 마음 뿌듯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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